엑셀 예약표는 사흘 만에 무너졌다 (3)

엑셀 예약표는 사흘 만에 무너졌다 (3)

문과생 유목이의 개발일지 · 3화

첫 시도는 아주 단순했다. 사내 공유 폴더에 엑셀 파일을 하나 만들었다.

세로축에 날짜, 가로축에 시간대를 놓고, 자원별로 시트를 나눴다. 쓸 사람이 자기 이름과 용도를 적으면 끝이다. 만드는 데 30분도 안 걸렸다.

공지도 올렸다.

"이제 회의실 예약은 저한테 물어보지 마시고, 공유 폴더 예약표에 직접 적어주세요. — IT팀 유목"

사흘 정도는 정말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 1. 동시에 열면 한 명이 사라진다

가장 먼저 터진 건 이거였다.

두 사람이 같은 파일을 동시에 열면, 나중에 저장한 사람의 내용만 남는다. 먼저 적은 사람의 입력은 그냥 사라진다. 본인은 분명히 적고 저장했는데, 나중에 열어보면 없다.

문제는 사라졌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예약한 사람은 예약했다고 믿고 회의실로 간다. 가보면 다른 팀이 앉아 있다.

문제 2. 실수로 지워지면 끝

어느 날 다음 주 예약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누군가 셀을 잘못 드래그해서 지운 것 같았는데, 확실하지 않았다. 언제 지워졌는지, 누가 지웠는지, 원래 뭐가 적혀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파일 이전 버전도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전 부서에 메신저를 돌렸다. "다음 주 회의실 예약하신 분들, 죄송하지만 다시 적어주시겠어요?"

이때 예약표에 대한 신뢰가 한 번 크게 깎였다.

문제 3. 중복예약을 막아주지 않는다

엑셀은 이미 채워진 칸에 다른 사람이 덮어써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고도, 확인창도 없다.

애초에 엑셀은 '이 칸이 이미 점유됐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도구이다. 그냥 글자가 들어가는 상자일 뿐. 중복을 막으려면 사람이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 4. 아무 기록도 남지 않는다

"저 분명히 예약했었는데요."

이 말이 나왔을 때 확인할 방법이 없다. 언제 누가 무엇을 적었고 언제 지웠는지가 전혀 남지 않으니, 결국 기억싸움이 된다. 그리고 이런 싸움은 대체로 중재하러 불려간 사람이 제일 피곤하다. 그리고 난 그걸 중재할 힘은 하나도 없다.

결국 처음 자리로 돌아왔다

한 달쯤 지나자 어떻게 됐냐면, 사람들이 예약표를 믿지 않게 됐다.

예약표에 이름을 적어놓고도 나한테 메신저를 보내서 예약 확인을 남기기 시작했다.

"유목님, 예약표에 적긴 했는데 이거 진짜 예약된 거 맞죠?"

도구만 엑셀로 바뀌었을 뿐, IT 담당자가 최종 확인해주는 구조는 그대로였다. 오히려 예약표 관리라는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물론 일정 확인하고 조율하는 일은 없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난 이걸 내가 하나도 확인하지 않고 진행되게 만들고 싶었다.

여기서 배운 게 있다. 엑셀이 나쁜 도구라서 실패한 게 아니다. 엑셀은 계산하고 정리하는 도구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무언가를 점유하는 걸 관리하는 도구가 아니다.

예약 시스템에 필요한 세 가지를 엑셀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

동시 접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
규칙에 어긋나는 입력을 거절하는 것
변경 기록을 남기는 것

그래서 다음으로 넘어갔다. 파일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돌아가는 방식으로.


다음 편 — 이번엔 진짜 될 줄 알았다 (4)

※ 이 연재에 등장하는 ㈜세움과 모든 인물은 가상이다. 기술적인 구성과 시행착오는 실제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또 회의실 예약 좀 잡아주세요 (1)

직원이 직접 쓰는 예약 페이지 만들기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