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있던 NAS를 예약 서버로 써보기로 했다 (6)

문과생 유목이의 개발일지 · 6화
예약 시스템을 직접 만들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그다음 줄에서 바로 막혔다. 서버가 없었다.
돈 드는 방법은 전부 탈락
방법은 세 가지였다.
첫째, 서버를 산다. 경영지원부서 막내가 "서버 한 대 사주세요"라고 품의를 올리는 장면을 상상해봤다. 결재선 두 번째 칸에서 "이거 왜 필요해?"라는 질문이 돌아올 게 뻔했다. 그 질문에 "제가 예약 시스템을 만들어보려고요"라고 답하는 순간, 난 사표를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 아직 만들 수 있다는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 무슨 용기로 그런 주장을 할 수 있겠나?
둘째, 클라우드를 쓴다. 월 몇만 원이면 된다는 글을 많이 봤다. 그런데 몇만 원이라도 매달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야 한다는 건 끔찍하다. 그렇다고 품의를 올린다? 게다가 코딩의 ㅋ도 모르는 내가 무언가 잘못 설정해서 돈이 추가로 나간다면? 끔찍하다.
셋째, 이미 있는 걸 쓴다. 이게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였다.
서버실 구석의 NAS
회사 서버실에 외부에 합사를 나갈 경우 설치해주는 구형 Synology NAS가 한 대 있다. 너무 오래되고 용량이 작아서 최근에 최신 사양을 구매하면서 이 친구는 창고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내가 관리하고 있었으니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알았다. 평소엔 그냥 "큰 외장하드" 정도로 우리 부서 서류 백업 하는 정도로만 쓰고 있다.
DSM에 접속해서 패키지 목록을 쭉 내려보는데 Container Manager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조금 공부해보니 이 녀석은 Docker라는 것이였다. 이것이 있다는건, 이 NAS가 웹서버와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돌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조건을 하나씩 따져보니 나쁘지 않았다.
- 24시간 켜져 있다. 서버의 기본 조건이다.
- 사내망 안에 있다. 직원들이 바로 접속할 수 있다.
- 이미 회사 자산이다. 추가 비용이 0원이다.
- 내가 관리자다. 허락받을 사람이 적다.
마지막 항목이 사실 제일 컸다.
팀장님께 물어보기
그래도 회사 장비다. 김유민 팀장님께 갔다.
"팀장님, NAS에 프로그램 하나만 올려봐도 될까요?"
그러지 김팀장은 날 쳐다 보지도 않고 "파일 백업하는데 데 문제 없어?"
"네, 사용하는데 지장 없습니다. 혹시 문제 생기면 바로 원상 복구 시켜 놓을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대신 백업은 절대 건드리지 마."
허락은 이렇게 30초 만에 끝났다. 서버 구매 품의였으면 2주는 걸렸을 일이다.
박 과장님은 옆에서 한마디 보탰다.
"그거 잘못 만지면 공유 폴더 다 날아가는 거 알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제일 먼저 한 일이 기존 데이터를 별도 공간에 백업 하는 것이었다. 이때는 그냥 겁이 나서 한 일이었는데, 나중에 백업이 이 프로젝트에서 얼마나 중요한 주제가 되는지는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파일 저장용 NAS가 예약 서버가 되기로 했다. 문제는 내가 서버라는 걸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다음 편 — 개발을 잘 모르는데 서버부터 만들기 (7)
※ 이 연재에 등장하는 ㈜세움과 모든 인물은 가상이다. 기술적인 구성과 시행착오는 실제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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